슬기로운 가족 생활

일년 먹을 생강청 담기

그냥이웃 2021. 10. 28. 20:56

 

우리집에선 김장 보다도 차를 담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절대 떨어지면 안되는 세가지 차가 있는데...

레몬청, 매실청, 생강청이다.

 

이 세가지 차를 마치 약처럼 골라 마시고 있다.

몸이 좀 피곤하다 싶으면 레몬청을 마구 몸에 투하하고...

배가 아프고 소화가 좀 안된다 싶으면 매실청을!

뭔가 감기 기운이 오려고 하고 목이 아프면 생강청을 마신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생강청.

세가지 차 중에서 가장 만들기 힘든 것이, 사실 생강청이다.

햇생강이 나는 시기에 맞춰서 생강을 주문하는 것 부터가 일이다.

우리집은 안동생강을 주로 쓴다.

 

 

햇 생강은 뽀독뽀독 씻으면 껍질이 잘 벗겨지는 편이다.

그래도 사이사이에 낀 흙을 제거해 주기 위해서 부러뜨려 가면서 열심히 숫가락이나 칼로 껍질을 문질러 벗겨낸다.

사실 이게 제일 힘들다.

이 작업 때문에 다음날 등이랑 옆구리에 담이 온다.

 

 

씻어놓고 보면 너무나 뿌듯하다.

 

배와 함께 믹서기에 생강을 넣고 갈아준다.

배에서 나온 즙 만으로 제대로 안 갈리고, 믹서기가 폭발할려고 하면 물을 조금 타도 크게 상관없다.

끓여서 날려보내면 되니까.

대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믹서기에 갈려 나온 생강을 면보에 짜면, 이렇게 노란 물이 나온다. 짜는 것도 힘들다.

 

 

이걸 또 1시간 정도 내버려 두면 아래에 생강 전분이 가라앉는다.

생강 전분을 뺀 물만 따로 큰 곰솥에 옮겨담고 1:1 비율로 비정제원당을 넣고 팔팔 끓인다.

너무 단걸 못 먹으면 설탕을 생강 물보다 조금 적게 넣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거품이 올라오면 그때부터 불을 중불로 해서 오래오래 끓여준다.

거품은 덜어내는 사람들도 있던데... 난 저게 생강 사포닌이지 싶어, 그냥 덜어내지 않고 같이 끓인다.

색 좀 안 예쁘면 어때? 몸에 좋은데.

 

 

중간중간 열심히 저어줘야 하니, 곰솥 앞을 떠날 수가 없다.

물이 반이상 줄어들어, 점성이 생길때까지 끓여주면 된다.

차게 식으면 점성은 더 높아진다.

너무 진득하게 끓이면... 나중에 식었을때, 한숟갈 떠내려면 숟가락으로 씨름을 해야하니, 미리 조심하자.

 

 

식으면, 열탕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서 보관하면 된다.

우리집은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일년 내내 먹는다.

겨울에 주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감기를 예방하려고 뜨거운 물에 한 숫가락씩 타서 마시지만...

 

 

여름에도 맛으로 먹는다.

생강청에 탄산수, 얼음 가득 넣어 마시면 얼마나 맛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