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닷가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왔다.
햇살이 쏟아지는 아름다운 은빛 백사장에서, 샛파란 하늘빛 바다를 잠시 바라보고 계시던 엄마는...
갑자기 땅을 파시기 시작했다.
애먼 백사장에서 "바지락이 없네~" 라고 대사를 날리실 때 부터, 뭔가 기분이 싸아 했는데.
역시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엄마와 나는 느닷없이 갯벌 체험장을 들렀다.
길 가에 체험장 표지를 보시고, 엄마가 차 세워 달라고 하셨는데...
거짓말 아니고, 내가 주차 하는 사이에, 엄마는 체험장으로 빠르게 사라지셨다.
동대만 갯벌 체험장이란 곳이었는데, 남해에 들어올때나 나갈때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동대만 휴게소 옆에 있는 조그마한 체험장이었다.
우리가 간 날은 물때가 3시 30분 부터인가 그랬는데...
4시 조금 넘어서 입장했다.
5시 되면 해가 지니까, 해 지기전에 마감을 해야 하는데... 사장님이 괜찮겠냐고 걱정하셨는데, 엄만 무조건 괜찮다고.
오늘 기어코 바지락을 캐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지셨다.
엄마 혼자 외롭게 갯벌에 보낼 수는 없었기에, 나도 주섬주섬 장화를 신고 장비를 어정쩡하게 챙겨들고 갯벌로 출동했다.
드넓은 갯벌.
엄마는 중간중간 발이 빠지는 이 뻘 밭에서 어쩜 그리 잘 걸으시나.
한참 걸려 엄마를 따라잡았는데, 이미 호미로 땅을 열씨미 파고 계셨다.
갯벌 오고가는 시간 대략 20분 생각하면...
이렇게 두 소쿠리 파는데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던 듯. 우리 엄마 진짜 대단하다.
나는 이 중에 한 10개 캤나? 그 중에 반은 돌일지도 모른다. 돌이랑 바지락이 구분이 되지 않았던 나.
허허허. 바지락 캐기는 초심자의 운 같은 건 안먹히는 영역인가 봄.
바지락이 조그마해서 엄마는 많이 서운 하셨던 모양.
돌아오는 차 안에서 9000원 주고 체험한 거 치고는 바지락이 너무 작다고 슬퍼하셨는데.
갯벌 체험은, 그냥 장화랑 호미, 소쿠리 빌려서 뻘 밭을 밟는데 의미가 있는 거라고, 바지락에는 너무 연연하지 마시라고 위로해 드렸다.
체험비 받은 만큼 다 캐가면... 아니, 갯벌 체험 사장님은 뭐 먹고 사시라고... ㅋㅋㅋ
근데 이게 집에 와서 꺼내보니, 작지만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1차로 잘 씻고 소금 푼 물에 들어가, 해감 중인 남해에서 온 바지락들.
하룻밤 동안 충분히 해감 한 아이들, 일부는 된장국을 끓여 먹기 위해 바로 냉동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부추 넣고 푹 끓였다.
바지락 살을 건저내고, 국물에 냉동 오징어를 넣고 끓이다가 우동과 유부를 넣었다.
완성된 우동에 바지락 살을 넣어주면... 해물 우동 완성!
와... 내가 잡은 바지락으로 끓인 우동이라 그런가 평소보다 더 맛있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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